역사교과서 검정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금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을 진행하면서 주요 표현을 바꾸도록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년 국회의원
▲김태년 국회의원
국회 교과위 소속 김태년(민주통합당, 성남수정) 의원이 지난 8일 국사편찬위원회(이태진 위원장)부터 제출받은 2012년 9개 출판사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본심사 합격본 수정보완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국사편찬위가 근현대사 영역에서 일본 편향적 교과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학사의 경우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일본 ‘국왕’은 ‘천황’으로 바꾸게 한 것이다. 또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으로 숨진 이한열 열사의 사진 등도 다른 사진으로 교체토록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심지어 (주)좋은책신사고의 저자는 국사편찬위의 수정요구에 대해 “을사조약은 일본이 강제로 체결하는 바람에 명칭조차 써넣지 못했음. 그후 을사년에 체결된 조약이라는 뜻으로 을사조약으로 불려왔을 뿐임. 따라서 그 강제성과 불법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을사‘늑약’으로 표기해야 타당하다고 판단됨.”이라는 소신을 밝혔으나, 결국 ‘을사조약’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을사늑약은 일본이 1905년 대한제국을 강압해 체결한 조약으로,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 등 국권이 일본에 넘어간 사건이다. 일본의 사관에서는 ‘조약’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늑약’으로 평가되어 왔다.

(주)교학사는 일본 역사를 설명하면서 ‘국왕 중심의 새로운 정부’라는 대목을 ‘천황 중심의 새로운 정부’로 수정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였다. 국사편찬위는 “개념을 정확히 할 것”을 이유로 들었다.

(주)천재교육의 경우 1987년 한국 민주화 운동사를 기술한 부분에서 경찰의 최루탄을 맞은 채 동료의 부축을 받고 있는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교체했다. 국사편찬위는 이 사진이 “학습자가 중학생임을 고려해 직접적이고 참혹한 사진 제시에 대해 재고려를 요망한다”며 다른 사진으로 교체할 것을 권했다. 결국 사진은 당시 명동성당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 사진으로 바뀌었다.

또 (주)천재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 사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김구 선생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것을 삭제하고, 이승만·이동휘·안창호 선생만을 임시정부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고쳤다. 이 역시 국사편찬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검정교과서로 채택돼야만 공신력 있는 교과서 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참고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명목적으로는 권고이지만, 사실상 수정지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년 의원은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서울대 교수시절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이야기하고, 을사조약보다는 을사늑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소신있는 학자였다"며, "현 정권은 역사교과서조차 입맛에 맞게 마구잡이로 수정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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