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가 낳은 배용준을 시작으로 한류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파란 눈의 금발들의 입에서도 보통의 한국사람들이 따라하기도 어려운 곡들까지도 흥얼거리는 기기묘묘(?)한 일이 일어나는 추세이다.

꼬불거리는 영어 팝송을 한 단어, 한 단어씩 익혀 불러보던 기성세대들 입장에서는 가히 거친 파도와 같은 한류열풍이 놀라울 뿐일 것이다.

과거 흑백 브라운관 속의 잘나가는 가수들이 등장할 때면 사회자는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가수”라고 소개하고 이어 노래를 마친 가수들은 개선장군인마냥 공연 후일담을 시청자들에게 늘어놓곤했다.

보아, 비, 원더걸스, HOT, 씨앤블루, 동방신기, 소녀시대, 수퍼주니어, 샤이니 등의 활약으로 한국의 대중가요가 이제는 공공연히 한류의 바람을 타고 ‘K-POP’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세상밖으로 나가고 있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백색인종으로부터 무시당하던 황색인종의 노래가 아시아를 뛰어 넘어 이제 미국이나 유럽에 울려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흥분되고 고양되는 일이 분명하다.

이는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우리나라 속담대로 세상사람들에게 한방먹인 통쾌함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음악이라는 장르에 있어 깐소네, 샹송, J-POP이 국가적인 자긍심으로 자리하고, 미국의 빌보드 차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시장에서 한국의 대중가요가 아이돌 그룹에 의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느닷없이 신인가수를 등용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오디션 공화국이라 할 만큼 그 열기가 지나칠 만큼 뜨거워졌다.

 
 
눈물겨운 연습생시절을 기약도 없이 보냈던 현재의 스타들의 애환을 익히 짐작하고 있는 사람들은 힘든 계단길보다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제공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몰리기 시작했다.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작은 바로 '수퍼스타 K'라 할 수 있다.

물론 심사위원들이 있기는 하나 결정적으로 보통사람들의 출연자들을 보통사람들이 선택하여 왕관을 씌워준다는 점에서 '수퍼스타 K'는 케이블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의 명언을 남긴 미국 링컨 대통령의 대국민선언과도 같은 컨셉이었기에 시청률이 상승하고 프로그램은 상승곡선을 그리기시작해 광고수익이 상상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수퍼스타 K’의 신호탄으로 한국의 TV 채널들은 미친듯이 오디션의 물결속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마츄어를 위한 기적의 오디션, 위대한 탄생, 프로젝트 코리아. 뮤지컬 스타, Korea's got talent, 신입사원, K-Pop Star, Duet, Made in U, Global Super Idol, 수퍼 디바, The Voice Of Korea라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더니 인기시청률에 편승해 기성가수들을 위한 ‘나는 가수다’나 ‘오페라 스타’, ‘불후의 명곡 2’ 등이 과거 미스 코리아를 뽑듯이 기준도 모호한 채 진행이 되고 있다.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고, 출연자체로 이름 다시 알리기에 성공해 제2의 삶을 살기위한 몸부림이 씁쓸해 지는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보다야 우리 주변 보통사람들의 껍질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는 매우 신선하기도 하며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닥트 배관공이었다는 허각이 ‘수퍼스타 K 2’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마치 내 동생이나 내 조카의 일인듯 감격하고 인간승리에 대한 박수가 저절로 나오기도 했으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파급효과와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영리한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심사에 끌어들여 시청률을 올리는 동시에 광고주를 모아 거대한 수익창출을 하고 있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그런데 오로지 시청률과 상품가치에 치중하다보니 출연진들 대부분이 십대이며 심지어 초등학생의 어린 아이들까지도 참여시키고 있다. 노래실력의 소유자가 비쥬얼이 우월한 사람들에게 밀리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사랑타령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TV매체라는 거대공룡은 아이들에게서 동요를 빼앗아가고, 성형을 불가피하게 하기도 한다. 폴 보츠나 수잔 보일의 못난 얼굴에서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물론 잘 생기고 예쁜 얼굴에 잘 빠진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TV를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며 방송이라는 것이 상업성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오픈 캐스팅인만큼 심사위원의 잣대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수명과 팔자를 정하고 거두어 들이는 클로토의 베틀과 같아서는 안될것이다.

가수가 되겠다는 꿈보다는 막연히 화려한 삶을 영위하고자 몰리는, 연예인이 되기 위한 순위경쟁사회에 더 이상 미성년자들이 교문을 박차고 뛰어들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드림 하이!’라는 문구가 차세대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의 인재양성을 위한 시선의 전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식상한 방식으로 개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나는 가수다’과는 달리 1980년에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은 경연이기는 하나 유쾌하고 건강한 공연무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TV제작자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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