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夜食)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라면!
그 라면을 해학적으로 그려놓은 오연복 시인의 재미있는 시 한 수 감상해 보시면서
오늘 밤, 라면 한 젓가락 어떠실런지요?
라면 / 오연복
참선수행을 한 지 석 달 열흘
남산사 종루에 배꼽이 꿈틀거린다
가부좌한 무릎은 어느덧 일기를 예보하고
신경계가 돌돌 말린 앙상한 갈비뼈에
애절한 물결무늬가 와이파이에 접속된다
라면 먹을까, 한마디에 남산 밖 세상이 들썩인다
동안거가 끝나는 영시 이십분
용솟음하는 쟁개비*에 은밀한 비책이 뿌려지고
그녀가 머리를 풀어헤친다
봉인이 해제된 신경계가
간간한 해수열탕에서 해죽해죽 배냇짓을 힌다
여보 맛있어, 빠삭거리는 소리가 뿌직할 때 설랬어
추억이 점수를 가르는 혀의 구름판에서
수직으로 텀벙 자맥질하는 그녀의 기술점수는 88점
다이버 트리플 S라인이 물결을 가를 때 예술점수는 99점
아아아 그녀의 묘기에 남 볼세라 마른 침만 꼴깍꼴깍
옴마야 뽀글한데 아이야 야들한 그 소리는 호로록 후르륵
풀어 제친 그녀의 탐스런 머리카락에 새벽이 남산만하여 간다
――――――――――――――――――――――――――――――――――
* 쟁개비 : 무쇠나 양은 따위로 만들어진 손잡이가 있는 작은 냄비를 일컫는 우리 말.
“냄비”의 어원은 일본어 나베(なべ)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음.
수상 ⁚ 대한민국 인물대상 수상(2014), 샘터문학상 대상 수상(2018),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 전국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제5회), 글사랑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제27회) 등 다수
동인지 ⁚ <꿈을 낭송하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바람의 서>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외 다수
가곡작시 ⁚ <물푸레나무 타령>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시인의 아내> <행복한 결혼> <첫눈> <당신 그리울 때> <사랑의 사계절>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