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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 오연복 시인
조홍희 기자  |  webmaster@ebunda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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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5  11:20:49

그 때 그 시절

한국전쟁 이후 보릿고개를 넘어가던 척박한 5~60년대 그 시절

가족의 품을 떠나 대도시로 서울로 돈벌이 나갔던 젊은 이들의 애환과

명절 귀성길의 모습을 담아낸

오연복 시인의 시 한편을 띄워봅니다.

요즈음 경기지수가 자꾸만 하향곡선을 그려간다고 하는데

이젠 아련한 추억의 한 자락이 되어 있는 그 시절 을 되돌아 보며

힘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 오연복

 열사흘 달은 늘 배가 고팠다

서울 간 형아 누이가 완행열차를 비집어 타는 날

 코흘리개 막내는 아침술을 뜨는 둥 마는 둥

 터미널에 가쁜 숨을 부려놓고서

 차문 들락거릴 때마다 기러기 모가지가 된다

 어쩌다 우체국에서 전보라도 수령하는 해에는

 몇 자 안되는 글자에 띄어 쓴 칸이 못내 아쉬워

 낯선 서울바닥을 한나절에 여남은 번은 오가곤 하였다

 마디마디 그리움을 꼽아온 손가락으로

 괭이잠에 설렘을 토닥거리고

 신작로를 뿌옇게 달구는 버스 꽁무니에 노을이 새초롬히 흐르고 흘러

 건넛집 추녀에 지짐이 들기름 냄새 교교히 스치면

 달그림자가 사립을 빼꼼히 젖힌다

 큰누나는 빨간 내복을 내려놓고

 막차를 타고 온 큰형은 툇마루에 청주병을 들이민다

 콩나물시루 입석을 타고 내려온 서울 하늘 한 조각이

 남포등 심지를 치켜 올리면

 낙산암벽에 희망을 박음질하던 창신동 봉제공장은

 감나무 밑에서 세월을 가위질하다가 부뚜막에서 인생을 드르륵거린다

 신림사거리 공업사 용접봉은

 구미공단 첨단 특파원으로 차출되었단다

 막내는 한 치나 더 큰 운동화에 함박웃음을 끌고 다니고

 궐련을 물고계신 아버지 얼굴에 열나흘달이 뜬다

 

   
▲(오연복 시인 프로필) 시인, 작사가, 시낭송가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샘터문학 자문위원, 문학공원 동인, 가곡동인
수상 : 대한민국인물대상 수상(2014),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 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제5회), 샘터문학상 대상 수상(2018), 글사랑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제27회) 등 다수
동인지 : 꿈을 낭송하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바람의 서,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외 다수
가곡작시 : 물푸레나무타령, 갓밝이,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시인의 아내, 향일암, 행복한 결혼, 첫눈, 당신 그리울 때, 사랑의 도보다리, 사랑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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