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승에 대한 목마름이 누구보더 절실한 성남과 부산이 3일 승부를 건다. 사진은 성남의 샤샤.
▲시즌 첫승에 대한 목마름이 누구보더 절실한 성남과 부산이 3일 승부를 건다. 사진은 성남의 샤샤.
성남 일화가 잔인한 3월을 지나 ‘반전의 4월’을 시작한다.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상주 상무를 상대로 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3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했다. ‘러시 앤 캐시컵 2011’에서도 1패를 거두며 최근 공식 경기 3연패에 빠졌다. 유난히 추운 3월을 보낸 성남은 4월 3일 오후 5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4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홈경기로 4월을 연다. A매치 데이로 2주 동안의 휴식을 취한 성남은 부산 전에서 반전의 서곡을 쓰고자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났다. 성남과 부산의 이번 맞대결을 가리키는 키워드다. 성남 신태용 감독과 부산 안익수 감독은 성남 일화의 절대 업적인 2차례 K리그 3연패의 주역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1992년 입단 이후 2004년 현역 은퇴할 때까지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안익수 감독도 1989년 성남을 통해 프로 데뷔를 해 1995년까지 성남에서 뛰었다. K리그 최우수선수 2회, 베스트11 7회의 신태용 감독이 공격을 이끌며 화려한 존재였다면 안익수 감독은 수비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살림꾼이었다. 안익수 감독의 성남 시절 수상 이력은 1994년 ‘K리그 베스트11’뿐이다. 둘은 1993년 성남의 첫 K리그 우승을 이끈 이후 1994년과 1995년까지 첫번째 3연패 당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성남의 두번째 3연패인 2001년부터 2003년에도 두 사람은 함께 했다. 1차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신태용 감독은 선수로서, 안익수 감독은 코치였다는 것. 안익수 감독은 현역에서 물러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성남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현 성남과 부산의 코칭스태프에는 성남의 영광을 함께 했던 얼굴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성남에는 차상광 골키퍼 코치, 김도훈 코치, 이영진 코치가, 부산에는 백종철 수석코치와 이상윤 코치가 성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옛 동지들이다.

신태용 감독과 안익수 감독의 사령탑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안익수 감독이 FC 서울 수석코치를 역임할 때에는 신태용 감독의 성남이 3패를 기록했다. 신태용 감독으로선 이번 맞대결을 통해 시즌 첫 승과 함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성남과 부산은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성남은 3월 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3월 12일 홈 개막전에서는 전북에게 0-1로 졌다. 11일 만에 다시 만난 포항과의 컵대회 A조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0-2로 패했고 3월 27일 상주와의 홈경기에서는 2-3으로 역전패했다.

부산도 성남 못지 않게 부진하다. 3월 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고 3월 13일 상주와 난타전 끝에 간신히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3월 16일 컵대회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한 데 이어 3월 20일 전북에게 2-5로 크게 졌다.

K리그 16개 팀 가운데 시즌 공식 경기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건 성남과 부산 밖에 없다. 지난 시즌 우승팀 FC 서울도 K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하고 있으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알 아인과 항저우 그린타운을 상대로 2승을 획득했다. 성남과 부산만이 올 시즌 팬들과 함께 승리의 환호를 지르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시즌 초반 어느 정도 부진이 예상됐지만 마냥 담담할 수만은 없는 법. 때 마침 FIFA의 A매치데이로 K리그가 2주간의 휴식기를 가졌고 재정비할 기회를 잡았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예상대로 힘겨운 3월을 보냈다.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푹 쉬고 준비를 철저히 한 성남과 부산은 이번 경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으며 서로를 시즌 첫 승의 제물로 바라보고 있다. 두 팀은 컵대회 포함 시즌 성적은 1무 3패로 같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실점이다. 성남이 4경기에서 7골을 내준 데 반해 부산은 12골이나 내줬다. 최다 실점 1위로 수비 조직력이 완전치 않다. 부산은 7골로 상주(8골)에 이어 최다 득점 2위지만 수비가 흔들리니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재미없는 축구로 퇴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남 전에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지 않겠다고 했다. 맞불을 놓는다면 성남에게도 나쁘지 않다. 성남으로선 부산의 불완전한 수비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성남은 부산과의 홈경기에 매우 강했다. 2006년 이후 부산 전 홈 7경기 연속 무패(5승 2무) 행진을 달리고 있다는 것도 성남 선수들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K리그는 FIFA의 A매치데이로 2주 동안의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성남은 쉬지 않았다.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고성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신태용 감독은 3월의 부진한 성적 원인에 대해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단의 변화 폭이 커 조직력이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이 중점을 둔 건 조직력 다듬기였다.

라돈치치, 남궁웅 등 부상자와 호주 국가대표팀에 뽑힌 사샤를 제외하고는 선수단 전원이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된 하강진, 김성환, 홍철, 장석원도 뒤늦게 합류해 손발을 맞췄다. 눈에 띄는 건 까를로스와 에벨톤 등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성남의 유니폼을 입은 까를로스와 에벨톤은 동료 선수들과 함께 뛰며 K리그 데뷔를 준비했다. 신태용 감독은 4월부터는 이들이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까를로스는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출신으로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와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뛴 재능 있는 선수다. 왼발 킥이 정교해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 나선다. 성남 팬들은 ‘제2의 몰리나’를 기대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제1의 까를로스’가 되라고 독려하고 있다. 에벨톤도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망에서 뛴 경험이 있다.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고 공격 전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까를로스와 에벨톤은 성남의 ‘4월 반전 드라마’의 주역이다. 성남은 시즌 초반 공격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라돈치치와 남궁 웅의 부상으로 공격 작업에 애를 먹었다. 해결사가 절실했던 만큼 까를로스와 에벨톤의 합류가 반갑다.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상주 전에서 무릎을 다쳐 교체 아웃됐던 조재철은 정밀 검사 결과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상태가 호전되면 부산 전 출장이 가능하다.

성남은 새 외국인 선수 2명과 조재철이 왔고 고성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과 전력을 키워 더 강해졌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그 강인함을 이번 부산전부터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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