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반복되는 도시의 생활이 조금쯤 지겨워져 아무 생각 없이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 이럴 땐 산이 좋다. 산 정상에 서면 `저 아래 펼쳐진 작은 마을의 인간사쯤이야`라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절로 달아난다. 상큼하다 못해 코 끝을 시리게 만드는 차가운 공기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소리 중 하나인 스님의 독경소리가 넘치는 곳. 그곳이 바로 전남 순천에 있는 조계산이다. 높이 884m의 조계산은 월출봉, 장군봉, 깃대봉 등 줄지어 선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사실 조계산은 산 이름보다 조계종 승보사찰 송광사와 태고종 본찰인 선암사를 품고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산은 절을 키웠고, 절은 산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산의 품에 오늘은 우리가 안긴다. 전남 순천 조계산으로 겨울나들이를 떠나보자!
◎ 코스 : 호남고속도로 주암IC → 주암호 → 송광사 → 조계산 → 선암사

송광사 가는 길의 보너스, 주암호

 

 
 

주암호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약 8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의 주암본댐의 담수로 생긴 인공호수이다. 호수 주변 145.5.km의 호반도로는 주암호의 맑고 푸른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불교의 승맥을 잇는 승보사찰, 송광사

 

 
 

고려때부터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사찰로 불린다. 불교에서는 불(佛), 법(法), 승(僧)의 세 가지를 `삼보(三寶)`라 하여 가장 중요시하는데, 순천에 있는 송광사는 그 중에서 `승보사찰`에 해당한다.
 

신라 말기 혜린이 절을 지으려고 조계산을 찾아들어 산 이름을 `송광`이라고 하고 절 이름을 `길상`이라 했는데, 당시의 규모는 10여 칸에 지나지 않는 규모에다 승려도 30~40명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명종27년(1197년)에 승려 수우와 사우가 건설을 시작했고, 3년 뒤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사를 옮겨와 `수선사`라 칭하면서 사찰 규모를 늘렸다고 전한다.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의 이름도 원래는 `송광산`이었는데, 보조국사 지눌 이후에 조계종에 들면서 조계산이라고 개칭되었다고 한다.
 

송광사에는 빼놓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명물이 있는데, 비사리구시와 능견난사, 쌍향수가 그것이다. 송광사 대중의 밥을 담아두던 비사리구시는 1742년에 남원 세전골에서 큰 쓰러진 큰 싸리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하는데, 쌀 7가마인 4,000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대단하다.
능견난사는 보조국사 지눌이 불공할 때 부처님 앞에 드리던 그릇인데, 어느 순서로 포개어도 포개어지는 신기한 수공예품으로,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이라는 뜻을 담아 숙종이 붙여준 이름이라 한다.
쌍향수는 조계산 마루인 천자암 뒤뜰에 있는 두 그루의 향나무로,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높이가 무려 12m에 800년이나 조계산을 지켜왔다고 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 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 061-755-5308
 

송광사에서는 마당재와 굴목재를 넘어 조계산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여기서 선암사로 넘어가는 코스도 있고, 조계산 정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선암사로 넘어가는 코스도 있다. 3~4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하니 겨울바람 맞으며 조계산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겨울의 조계산

 

 
 
 월출봉, 장군봉, 깃대봉 등 줄지어 봉우리의 산세가 아름답고 부드러운 조계산은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98년에는 사적 및 명승지로 지정되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어서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도 줄을 잇는 이곳은 깨끗한 약수와 울창한 숲, 설경 등 특색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정상에서는 멀리 남해를 조망할 수 있어 경치가 일품이다.
<조계산 등산코스>
◎ 송광사 → 계곡 → 굴목재 → 선암사 : 3시간
◎ 송광사 → 계곡 → 천자암 → 굴목재 → 선암사 : 4시간
 

겨울산행은?

 방한과 방풍처리가 잘된 겉옷과 체온 유지를 위해 습기를 머금지 않는 따뜻한 옷가지, 그리고 방한모와 아이젠, 렌턴은 필수. 겨울철에는 해가 일찍 떨어지므로 가능하면 오후 4시 이전에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야 한다. 눈이 쌓이면 산행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소요되므로 이를 감안하는 것은 물론 여벌의 양말과 장갑, 그리고 식수와 비상식량을 꼭 지참해야 한다. 절대로 혼자 가지 말고 가능하면 산행에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선암사

 

 
 

  백제 성황7년(529년)에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지은 곳에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조계산 동쪽의 절이 선암사다. 송광사가 조계종인데 반해, 선암사는 태고종인데, 태고종은 조계종과 달리 승려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종파로 알려져 있고, 고려 선종때 대각국가 의천이 중건하고, 이후 중창과 중건을 거듭했다. 
 

선암사 주위에는 수 백년 수령의 상수리나무와 동백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등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고, 선암사 앞에는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는 승선교가 있다.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는 암반 위에 견고하게 붙어 있는 아치형 돌다리로, 중앙에 있는 용머리가 인상적이다. 선암사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395호 삼층석탑이 서 있고 대각국사진영, 팔각원당형의 동부도와 북부도 등 보물 7점과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료, 일주문 등의 지방문화제 11점을 접할 수 있다.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는 일반화장실의 반 뿐인 세로 칸막이에 나무로만 된 화장실이다. 하지만 통풍이 워낙 잘되어서인지 재래식 화장실에서 느끼는 불쾌감은 덜하다. 혹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선암사에 가거든 꼭 한 번쯤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선암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생차밭이다. 800년 전통의 자생다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의 향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산 802, 061-754-5247


자료제공  리에또(www.lie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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